박근혜 前 대통령, ‘대통령 파면’ 헌재 결정 겸허히 수용해야

정당과 사회 각 부문, 대내외 위기에 슬기로운 대처 필요
기사입력 2017.03.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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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10일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파면 선고를 내렸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헌정 질서 유린에 이용하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데 대한 심판이다.

이번 선고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불의한 최고 권력을 가장 평화롭고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물러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루액과 살수차 등 대치와 폭력의 도구를 배제한 채 정의•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의 단합된 목소리와 단 한 자루의 촛불로써 이룬 비폭력 민주혁명의 결과다. 4•19혁명부터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독재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처럼 이번 결과 역시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복원과 시민주권 회복을 쟁취한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박 전 대통령의 죄목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해 이권 추구를 공모한 점,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는 등 헌법과 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을 위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사인(私人)인 최씨가 국정농단을 잇따라 벌이는 동안 국가기관은 사익 추구의 도구가 됐다. 이 나라의 통수권자인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방조하거나 돕는 역할을 하는 동안 이 나라는 식물국가로 전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개월여 동안 사태의 심각성에 고개를 숙였고 대국민약속 또한 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약속을 지킨 적은 없다. 헌재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죄상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결국 헌재는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공표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불통과 아집에 법으로써 정의의 쐐기를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외신반응은 뜨거웠다. 10일자 미국 CNN은 홈페이지에 ‘박 아웃(Park Out)’이라는 제목과 함께 ‘박근혜: 정치 공주의 몰락(downfall of political princess)’이라는 소제목을 게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대기업들이 관련된 뇌물 스캔들에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점을 지적하며 한국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톱기사로 내보내면서 박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와 관련해 기소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면책권을 잃은 데 이어 부패혐의로 기소 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가디언은 1980년대 말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당선된 대통령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인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헌정 사상 첫 탄핵으로 대통령이 없는 비상 상황이다. 이제 정부 각 기관과 정당, 사회 각 부문은 대내외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은 이 나라의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인정하고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12일 오후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는 과정에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떳떳하다면 재임 중 형사불소추권을 앞세워 특검수사를 회피한 모습과는 달리 앞으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해서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히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덧붙여 탄핵 인용 결정에 불복하는 지지자들의 자극적인 언동으로 더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성숙한 입장표명도 내놓아야 한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은 ‘대선주자 및 당 대표 연석회의’를 열어 탄핵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시민통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향후 2개월 동안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통한 위기가 고조되고,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한•일 외교•안보 위기 등 난제가 많은 상황에서 황 대행의 역할은 막중하다.

경제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상승,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기업들의 경영위축과 투자 및 고용 축소 등 경제 상황마저 위태로운 시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경제난과 안보위기 등 다방면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정치적 셈법이 아닌 협치로써 수습안을 찾아야 한다.

국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심에 놓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재벌개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정농단을 방임하고 은폐한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 과제도 추진해야 한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공정성을 잃은 공영방송 등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밖에 역사 국정교과서와 사드 배치, 한•일 정상 일본군 ‘위안부’ 합의, 세월호참사 특별법제정 문제 등 박근혜 정권에서 민심과 동떨어졌음에도 강행한 정책이나 폐지한 안들을 재고(再考)해서 대통합의 기틀을 다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암울한 과거를 딛고 미래를 위해 다시 도약할 수 있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60일 이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지만 정당과 대통령 후보들의 국가 비전 및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치열한 토론과 검증 속에서 국민들은 보다 나은 지도자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특권과 부패가 없고 원칙이 무너지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에 빠진 경제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를 찾는 것은 이제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Editorial Dept. 기자 webmaster@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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