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해균 “당당하고 뻔뻔해질 날 기다려”

기사입력 2013.01.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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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한 인상과 또렷한 목소리는 ‘정해균’이라는 이름을 귓가에 오롯이 수렴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배우 정해균은 최근 자신의 평소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해 반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악역 ‘제이’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영화작업을 한 지 오래됐다는 그에게 ‘제이’ 역이 들어왔을 당시 정병길 감독조차 그의 첫인상을 ‘착하다’로 먼저 정리할 정도였으니 배우 본인에게는 ‘역할이 잘못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여지는 충분히 있었을 만도 하다. 하지만 정해균은 배우다. 배우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또 다른 자신을 끌어내 보는 이를 설득하는 직업 아니던가. ‘제이’의 삶을 그리면서 정해균의 존재를 드리운 그는 요즘 영화계에서 새삼 큰 가능성의 존재로 인식된다.

정해균은 연극무대에서 조명스태프로 일한 경험과 함께 배우 겸 연출자로도 활동했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제이’를 소화하면서 스크린의 영역에 다시 한 번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한 힘은 연극 ‘삼류배우’에 있다.

   
배우 정해균

“감독님이 ‘삼류배우 잘 봤다’면서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처음에는 서너 신(scene) 정도 나오는 단역인 줄 알았는데 너무 큰 역할을 주셔서 농담인가 했어요. 영화를 너무 오래 쉰 데다 이 분야에서는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서 흥분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목숨 걸고서라도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소 거칠고 모난 분장은 악역의 기본 요건일 때가 많다. 촌스러운 단발머리에 화상으로 인한 상처 등이 ‘제이’의 외적 형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해균은 나아가 ‘제이’가 가진 상황을 스스로 믿기 위해 내적인 형상을 그리는데 힘썼다. 첫사랑의 열병을 경험하는 기분으로 ‘제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일기처럼 써나갔다.

“제이에 관한 글을 쓰고 내면을 깊이 바라보게 되면서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서 대사들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물론 제가 쓴 글을 공개하기에는 거친 것들이 워낙 많은 탓에 제작진과 공유하지는 않았어요. 그건 배우들이 가진 일종의 비밀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반전은 홍보에 이용하지 않는 법이다. ‘제이’ 역시 극의 반전 키였으므로 개봉 당시 정해균의 모습은 베일에 싸여있었다. ‘제이’가 공개된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극장을 나서면서 ‘정해균을 발견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가끔은 그가 ‘진짜 사이코일지도 모른다’는 몰입형 후기도 뒤따랐다.

“관객들이 날 동정하면 안 돼요. 집사람이 극장 화장실에서 ‘그 사람 진짜 변태, 살인마 아냐’ 하는 소릴 들었다고 했어요. 아내는 ‘우리 남편, 되게 좋은 사람인데 계속 이미지가 이러면 어떡하지’ 하는 맘에 울컥 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망쳤다는 욕을 먹으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요. 비록 안 좋은 반응들이지만 연기에는 성공한 것 같아서 좋아요.”

정해균의 앞날은 배우를 향해 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관찰해야 하는 연출자는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지금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근형, 이순재 선생님처럼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아마도 이건 제가 지금 가진 가장 큰 꿈이 아닐까요.”

촬영이 없을 때는 연극도 보고 책도 읽지만 무엇보다 가사 일이 우선이라는 배우 정해균. 이는 그가 가정적인 사람이라서 라기 보다 인지도를 쌓기 전에는 기반이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배우 가장이기 때문이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면 무가지를 챙길 때가 있는데 파 다듬는 데 쓰기 좋죠. 제가 가사를 돕는다거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사실 밖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집에서 좀 더 당당하고 뻔뻔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웃음)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죠.”

정해균은 마지막으로, 아직 보여주지 못한 연기 스펙트럼이 있다고 어필한다.
“저는 잘 생기거나 멋진 사람은 아니지만 뭘 시켜도 잘 할 자신이 있어요. 슬랩스틱도 잘하고 차분한 연기도 어울려요. 다양한 모습의 배우로 꾸준히 소비되면 좋겠어요.”

정해균의 차기작은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몽타주>다. 코믹 장르로 데뷔한 이력을 발판삼아 어리바리한 형사로 농익은 연기를 펼친다고 하니 2013년 정해균의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해 볼만 하다.

[차효진 기자 hjcha@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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