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타워에 가다

기사입력 2013.04.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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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후쿠오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본지 기자가 생각하기에 후쿠오카 시내를 꼼꼼히 둘러볼 계획이라면, 하카타역 주변과 텐진 일대만 돌아다녀도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니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번화가는 한국 대도시의 번화가와 매우 비슷한 느낌이라서, 단지 언어만 다를 뿐 서울의 명동이나 대구의 동성로를 다니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뭔가 ‘다른 것’을 경험하러 온 여행자에게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본지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후쿠오카 타워 방향 버스 정류장

기자는 규슈 여행 중 하루 정도는 일정을 잡아 시내버스를 타고 좀 더 멀리까지 가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씨사이드 모모치에 위치한 후쿠오카 타워. 씨사이드 모모치 지역은 복잡한 후쿠오카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한적한 곳으로, ‘해변 뉴타운’이라는 별명이 붙은 바닷가 신도시이다. 이곳은 1989년 아시아태평양 박람회가 개최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후쿠오카시 박물관, 해변공원, 야후 돔 야구장 등의 대형건물들이 들어선 관광명소가 됐다.

이 지역은 오히려 번화가인 텐진이나 하카타역 일대보다 고층 건물들이 많은 편인데, 후쿠오카 공항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씨사이드 모모치로 향하는 시내버스 안에서

여행책자의 지도를 보니 씨사이드 모모치 일대는 내 호텔이 있는 하카타역 일대에서 거리가 꽤 멀어 보였다. 관련 여행정보 홈페이지에는 버스로 25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지만, 경험상 그런 관광안내 페이지에 표시된 시간은 믿을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마침 시내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산큐패스도 있겠다, 그 전까지는 목적지를 갈 때 주로 택시로만 이동했기 때문에 이날은 나름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자 시내버스를 타기로 했다.

호텔에서 걸어 나와 건널목을 건너, JR 하카타역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5, 6번 정류장에서 306번이나 312번을 타면 되고, 목적지까지의 버스비는 현금으로 220엔이다. 나처럼 산큐패스를 소지한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릴 때 기사에게 산큐패스를 보여주면 된다.

   

일본의 니시테츠 시내버스 안. 좌측에 보이는 붉은색 정리권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일본의 시내버스는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는 방식인데, 뒷문으로 버스를 올라탈 때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번호표는 승객이 승차한 곳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사 운전석 위에는 전광판이 붙어있고, 승차 번호표에 표시된 번호 별로 버스요금이 표시된다. 멀리 갈수록 요금이 올라간다. 참고로, 산큐패스 소지자라 할지라도 번호표는 뽑아야 한다.

버스에 앉아 후쿠오카 타워로 향하고 있는데, 마침 초등학교의 수업이 마치는 시간이었는지 어느 정류장에서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 몇몇이 버스에 올라탔다. 1, 2학년이나 되어 보이는 작은 아이들이 감색교복에 모자까지 쓰고 가방도 똑같은 것을 메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교복을 입는 사립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신기했다.

그리고 하나 더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이 있었는데, 11월 말경의 꽤 추운 날씨에 아이들이 반바지 교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 그것이다. 일본의 일부 학교들은 아이들을 추위에 강하게 만들기 위해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이 꽤 오래되었는데도 후쿠오카 타워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기자가 버스를 잘못 탔거나 내려야 할 곳을 놓쳤나 싶어 기사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여성 버스운전기사였는데, 영어를 못하기에 서툰 일본어로 “이 버스가 후쿠오카 타워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후쿠오카 타워는 가장 마지막 정류장’이라는 대답을 해준다. 기자는 참을성있게 기다려보기로 했다.

후쿠오카 타워에서 바닷가 도시를 내려다보다

버스기사의 말대로 후쿠오카 타워는 버스의 최종 종착지였다. 버스에서 내려 2~3분 정도 걸어 후쿠오카 타워를 찾아갔다. 그 주변에서는 높은 건물이 후쿠오카 타워 하나뿐이므로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곳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곳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평일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웅장한 후쿠오카 타워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타워를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길쭉한 유리건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참 예뻤다. 후쿠오카 타워는 후쿠오카시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8년 세워졌다. 탑 자체는 철골구조로 되어 있지만, 외관은 8,000장의 유리로 마감하여 겉에서 보면 마치 빌딩처럼 보였다.


   
             후쿠오카 타워 입구

후쿠오카 타워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800엔. 기자는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미리 저렴하게 구입해갔다. 오픈 시간은 4월부터 9월은 오전 9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10월부터 3월은 밤 9시까지이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의 골든위크는 밤 11시까지 오픈한다. 6월 마지막 주 월요일 화요일에는 휴무이므로 6월 말경에 후쿠오카에 갈 계획이라면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후쿠오카 타워 할인 입장권. 방문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내에서 미리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것을 권한다.


후쿠오카 타워에 대한 첫인상은 우선 사람이 입장객이 너무 없다는 것.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까지 나 한 명을 위해 직원 여러 명이 몰려들어 안내를 해주는 데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타워 전망대 층으로 출발하자, 함께 탄 엘리베이터 직원이 놀랍게도 한국어로 안내를 시작했다. 후쿠오카 타워가 설립된 배경을 이야기해주다가, 도중에 “위를 보아주십시오” 하면서 유리로 둘러싸인 타워의 구조도 설명해주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직원은 한국어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안내용 스크립트를 암기해서 말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외워서 말하는 것인지, 실제로 자신이 그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인지는 말하는 소리를 들어보면 안다.

   

후쿠오카 타워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신도시. 전망대 층이 그리 높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드디어 전망대 층에 도착했다. 후쿠오카 타워 전체의 높이는 234m이지만 관광객이 후쿠오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지상 123m에 위치해있다. 높이가 약 553미터나 되는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에 자주 가본 기자로서는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바닷가와 그 일대의 도시를 360도로 전망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기자가 갔을 때는 환하게 밝은 오후였지만, 밤에 와서 야경을 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든다. 바닷가에 접해있는 신도시의 야경은 어떤 느낌일까?

12월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 그랬는지, 크리스마스 트리도 전망대 한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전망대 층에는 혼자 온 나를 포함해 세 팀이 전부였다. 나 외에 한국인 관광객이 한 팀 있었고, 일본인 커플이 있었고, 레스토랑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즐길 거리는 없었다.

   
   

               별의 오미쿠지. 100엔을 넣고 아래의 상자를 열어 자신의 언어에 맞는 것을 고른다.


마침 재미로 점을 치는 미쿠지가 있기에 돈을 내고 점괘를 뽑아보았다. 미쿠지는 일본의 신사나 사찰에 있는 제비뽑기식 길흉 점치기인데, 이런 현대적인 타워에도 미쿠지를 설치해놓은 것을 보면 일본인들은 상술이 참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국어, 한국어, 영어 점괘 종이도 함께 마련되어 있으니 자신의 언어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전망대 층 한곳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후쿠오카 타워를 둘러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처음 올라왔을 때와 같은 엘리베이터 직원이 동행했다. 탑승자가 나뿐이어서 그랬는지, 직원은 영어로, ”지금까지 어디를 가보았느냐. 어떤 음식이 맛있었느냐. 일행 없이 혼자 여행중인 것이냐.” 등등 이런저런 것들을 친근하게 물어왔다. 규슈를 여행하는 외국인이 어떻게 느끼는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기자는 그녀에게 “일본음식이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일부러 백화점 안의 한국음식점을 찾아가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일행이 한 명 있지만 후쿠오카 타워에는 그다지 오고 싶어하지 않아서 나 혼자 왔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후쿠오카 타워는, 글쎄, 짧은 일정으로 일본은 여행 중인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관광책자마다 소개된 곳 치고는 너무 평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처럼 휴식여행을 테마로 느긋한 일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JR 하카타역으로부터 택시를 타고 가기엔 다소 먼 거리이므로, 버스로 움직일 것을 권해주고 싶다. 버스가 시사이드 모모치 지역까지 가는 동안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문화부 차장대우 이영주 기자 yjlee@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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