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

기사입력 2014.05.0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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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이치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가파르게 기울어 가던 배 안에서
상식이 결여된
탈출해야 한다는 의식(意識)조차 가로막은
저 안내 방송이 없었더라면...


침몰 직전까지도
믿고 따랐던
가엾은 우리 아이들아!


헬기의 굉음 소리가 들려올 때도
구조된다는 믿음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두려움을 떨쳐 나갔지.


어둠이, 선실로 향할 때
희미하게 비춰오던 불빛은
산산이 부서져 가고
들이닥친 바닷물은
거침없이,
삼켜나갔다.


희망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순간은 찰나(刹那)
너희들 앞엔
차디찬 바닷물과 어둠의 세계만 존재할 뿐
시간이 흘러간다 하여
너희들을 지켜줄 대상은
그곳엔 없었어라! 


어둠으로 뒤덮인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잠시 서 있는 것만도 용인하지 않는
저 바닷속.


두려움과 공포는 또 다시 찾아들고
육신은 비명소리와 함께 내동댕이 처져

수정같이 맑은 눈은
공포에 휩싸이고
순박하고 고은 얼굴은
핏빛으로 변해갔다.


밤과 낮의 구분조차 없는 칠흑의 바닷속 선실에서
생명 줄을 움켜쥔 죽음의 그림자는
너희들을
누구나 향유하는 평범한 세상과
철저히 격리시켜 나갔지.


숨조차 돌릴 겨를 없이 달려온 수많은 날들
넘기던 책장엔
손때 묻은 책갈피 하나 끼워 두고
설렘 가득 안고 추억을 만들어 가던 길.









살아서 돌아가리란 한 조각의 희망도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도
집요한 죽음의 유혹 앞에선
한낱 사치에 불과 한 것.


오히려
죽음이 편하리라 여겼던 너희들은
이 세상과 작별을 고(告)하고 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저 차가운 바닷속에서
친구들의 숨소리가 사라져갈 때마다
온몸으로 느껴야 했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잔인한 세계.


생사의 기로에서
지쳐버린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엄마, 아빠” 부르며
마지막 사력을 다해 밖으로 향했다.


사방으로 둘러쳐진
가로막힌 벽 앞에서
되돌아 온 것은 절망뿐
그 누구도 살아서 나아갈 수 없는 벽
그곳은 암흑(暗黑)의 벽이어라!


암흑(暗黑)의 벽


그 어린
꽃다운 나이에
단지 세상을, 세상 사람들을
너희들의 순수한 기준에 맞춰 믿었다는 것이
이토록 처참하게 돌아왔다.


이타심보다 이기심이 넘쳐나고
이성적 사고보다 비이성적 사고가 판치는
고귀한 생명조차 경시되는 비극적 현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통한의 슬픔이 되어
가슴속에 맺혔어라!


남겨진 것은,
이 땅에서 다시는 이 같은 불행이 일어날 수 없도록
너희들이 겪어야 했던
그날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고
영원히 기억해 나가는 것.


한(恨)이 맺혀
영혼마저 구천(九泉)을 떠돌 너희들
이제는 산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편히 쉬려무나.


꽃도 채 피워보지 못한 채 잠들어 버린
가엾은 우리 아이들아!

 

 

 

 

 

[편집인 이치수 기자 martin@world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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